국가 비상 사태에... 수어 통역·재난 문자 전무 계엄 사태...수어 동시통역한 방송사 하나뿐 “제도 지원 필수적...맞춤 전달법 고안해야”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국제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3일, 계엄 사태 발발 당시 수어 통역이나 문자 발송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국가 비상 상황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실태가 드러났다.
11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의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 3일 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서 “담화 생중계는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중 수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하나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과잉진압으로 의해 최초로 사망한 농인 희생자 김경철 씨를 언급하며 “다른 비장애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그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 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소수자의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며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둘러싸고 수어·문자통역 등의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고 꼬집었다.
코다코리아는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문자통역 필수 송출로 농인의 정보접근권 보장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한 기존 가이드라인 점검 및 수립을 촉구했다.
점자를 짚고 있는 사진. 기사와 무관. [사진제공=뉴시스]
시각장애인(맹인) 역시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도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청각장애인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맹인은 평상시 휴대폰에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등의 기능을 이용하는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는 재난문자 자체가 발송되지 않았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가 발송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문자 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재난문자 발송은 ▲자연재난 ▲대규모 사회재난 ▲국가비상사태 등에 발송된다.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동명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기본적인 정보 접근에 있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제공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도 많고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우리 말을 모르는 외국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접근성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글 매체보다 접근성이 좋은 시청각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장애 유형에 맞도록 다각적인 측면에서 전달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인 자녀 모임 '코다', 정부·언론에 '정보접근권 보장' 촉구 각종 매체 생중계 수어·문자통역 제한… "부모에게 급박히 연락" 5·18 두 번째 희생자는 농인 김경철… "수어통역사 대동해 송출해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수어·문자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농인들의 정보접근권이 제한됐다. 정부·언론사에 사회적 소수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적극적인 보완 조치가 요구된다.
지난 6일 농인의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 CODA)들의 모임 '코다코리아'는 성명을 내어 "계엄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수자의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며 "농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다코리아는 정부와 언론사에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현장 수어통역을 화자와 함께 그대로 송출할 것 ▲장애인과 언어적 소수자를 위해 문자통역을 필수로 송출할 것 ▲재난·참사·계엄 등 긴급 상황 시 전 사회구성원이 신속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점검·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코다코리아는 "12월 3일 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윤석열은 대통령실에서 긴급 발표를 하겠다고 했고,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되었다"며 "이는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인 코다는 급박히 농인 부모에게 연략해야 했다"고 밝혔다.
코다코리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두 번째로 사망한 희생자 김경철 씨를 떠올렸다. 김경철 씨는 농인 제화공이었다. 그는 딸의 백일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공수부대원을 마주쳤다. 다른 비장애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가 장애인증을 내밀자 공수부대는 '꾀를 쓴다'며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연행했다. 코다코리아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 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2일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제4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수화언어로 손뼉을 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다코리아는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둘러싸고 수어·문자통역 등의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고 했다.
코다코리아는 "청인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전히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난과 참사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계엄이라는 무게와 강도 역시 모두에게 같지 않다. 절차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라는 문제와 함께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 그의 가족이 처한 막막하고 참담한 현실을 함께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KTV 영상 캡처.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장애인들이 관련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어 통역이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은 데다 재난문자도 발송되지 않은 탓이다.
10일 대통령실, 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전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윤 대통령 비상계엄 담화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청각 장애인들은 더 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의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기습적으로 진행된 특별 담화 생중계에선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 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면서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는 급히 농인 부모에게 연락해야 했다.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상황을 농인 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농사회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수어·문자 통역이 왜 제공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비상계엄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영상이 주로 공유되고 있다”며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됐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점도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에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기능을 주로 이용하는데, 재난문자 자체가 오지 않아 정보 격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가 발송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현재 재난문자 발송 기관에서 국방부를 포함하거나, ‘계엄 상황’에 대한 추가 운영 기준을 만드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매뉴얼을 정립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려,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재난문자 발송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는 정부 브리핑 시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문자 통역도 필수로 송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최초로 미국에서 장애학을 공부한 학자로 알려진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수어 통역, 자막 제공이 되지 않아 장애인들은 정보 접근이 어려웠다”면서 “정부 브리핑 시 장애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할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청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사각지대 '심각' 가족이 알려줘야만 상황 인지···불안감 배가 국가 비상 상황, 다양하고 즉각적으로 알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열악한 정보 접근성 문제로 혼란과 불안에 시달렸다. 정보의 부재는 이들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생존의 위협으로 작용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 당시 방송에서는 수어 통역이나 해설 자막이 제공되지 않았다. 재난 문자도 발송되지 않아 방송과 언론에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과 일부 국민은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재난 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재난 문자 발송은 △자연재난 △대규모 사회재난 △국가비상사태 등에 발송되지만 계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규정에서 언급된 국가비상사태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국한되며 계엄은 행안부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계엄사령부는 재난 문자방송 사용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문자 발송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각·시각장애인들은 주변인의 도움 없이 상황을 알 방법이 없었다.
시각장애인 양모 씨(남·60)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TV를 보지 않고 휴대전화 속보 알림을 꺼둔 상태였던 나는 딸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알았다”며 “장애인은 정보가 없으면 불안감이 몇 배로 커진다. 비장애인은 막다른 골목에서도 길을 찾지만, 시각장애인은 그것이 끝이라고 느낀다. 이 차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임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8일 BBC와 단독 인터뷰에서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자녀로 구성된 코다코리아는 성명서를 통해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됐고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 통역은 제공되지 않았다. 문자 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 농인들은 상황을 알기 어려웠고 자녀들이 급히 연락해 설명해야 했다”며 “남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여전히 설명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과 가족들은 공포와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비상 상황에서 수어 통역과 화면 해설, 자막 제공은 장애인의 기본 권리다. 청와대에 수어 통역사가 상주해 시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재난·재해부터 국가 비상 상황까지 장애인 포함 모든 국민이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난 지면 신문 마감 중 다른 기자의 인천농인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의 인터뷰 기사를 찬찬히 읽을 때였다. 농인은, 귀가 들리지 않는 것 외에 다른 신체적 결함은 없으니 운동 경기에서는 별다른 핸디캡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왜, 농인들은 굳이 ‘수어’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것일까. 차라리 ‘독화법(讀話法, oral method: 다른 말로 독순술이라고도 한다)’을 익혀 청인들과 소통하면 안 되는 것일까. 농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숫자적으로 다수인 청인들이 굳이 수어를 배워야 하는 것일까.
늘 하듯이 먼저 내가 읽어서 배울 수 있는, 혹은 알 수 있는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본다. 내가 갖고 있는 궁금증, 수어는 언제부터 썼으며, 왜 쓰는 것일까를 해결해 줄 만한 책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 인터뷰이로 만났던 코다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그는 코다 네트워크의 상근 활동가이기도 하다. 내가 이러저러한 의문에 부딪쳤는데, 이 의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몇 시간 뒤 답이 왔다. 그 첫 문장은 “수어를 고집한다는 말씀, 재미있네요 ㅎㅎ.”였다. 이어서 그는 “그 표현은 한국인에게 왜 한국어를 고집하냐고 묻는 거랑 같은 맥락이라는 거 아시죠?”라고 썼다.
그 순간 아, 그렇지. 어느 희극인처럼 이마를 칠 뻔했다. 너무 뻔한 질문에 너무 당연한 답을 받고, 너무 화들짝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청인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익히듯, 농인들은 ‘수어’를 익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연스럽게, 청인 부모 또는 청각장애이지만 수어를 배우지 못한 부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어’는 농인들에겐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이 우리라는 말도 우습지만, 암튼 내가 청인이니 나를 포함한 청인을 ‘우리’라 하자)가 다수라고 우리의 ‘말’을 그들에게 배우라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말이 있는데, ‘독순술’을 배우라고? 그것 역시 차별적인 시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지인은 독순술은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순술은 아무리 잘할 수 있어도 듣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수지한국어(수어 단어로 표현된 한국어)는 한국어의 문법을 그대로 차용하므로, 결국 ‘콩글리시’와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나는 ‘나’의 입장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었다. 인터뷰이인 인천농아인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이 주장하는 바는 “‘한국어’가 아닌 ‘수어’를 제1언어로 하는 농인 체육과 신체장애 체육을 분리 운영해야”만 현재 행해지는 “농인 외 장애인 체육선수와 농인 체육선수의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수어’라는 다른 언어를 쓰는 농인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처럼, “왜 그들은 ‘수어’만을 고집하지?”가 아니라 “그들에게 수어는 ‘말’이잖아.”라고 당연시하는 것, 우리가 말을 하듯 그들은 수어를 하고, 그러므로 그들과 어울려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가 한 발 더 전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이 연사 소리높여 외치면 좋겠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되새긴다.
*농인(聾人)은 청각장애인과 다르다. 청각장애는 단순히 의학적인 정의일 뿐, 청각장애인이 모두 농인은 아니다. 농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지칭한다.
장애인 소외시킨 계엄 사태...소수자 인권 위협·정보 접근성 떨어져
국가 비상 사태에... 수어 통역·재난 문자 전무
계엄 사태...수어 동시통역한 방송사 하나뿐
“제도 지원 필수적...맞춤 전달법 고안해야”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국제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3일, 계엄 사태 발발 당시 수어 통역이나 문자 발송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국가 비상 상황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실태가 드러났다.
11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의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 3일 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서 “담화 생중계는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중 수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하나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과잉진압으로 의해 최초로 사망한 농인 희생자 김경철 씨를 언급하며 “다른 비장애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그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 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소수자의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며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둘러싸고 수어·문자통역 등의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고 꼬집었다.
코다코리아는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문자통역 필수 송출로 농인의 정보접근권 보장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한 기존 가이드라인 점검 및 수립을 촉구했다.
시각장애인(맹인) 역시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도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청각장애인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맹인은 평상시 휴대폰에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등의 기능을 이용하는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는 재난문자 자체가 발송되지 않았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가 발송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문자 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재난문자 발송은 ▲자연재난 ▲대규모 사회재난 ▲국가비상사태 등에 발송된다.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동명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기본적인 정보 접근에 있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제공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도 많고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우리 말을 모르는 외국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접근성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글 매체보다 접근성이 좋은 시청각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장애 유형에 맞도록 다각적인 측면에서 전달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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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계엄의 밤, 농인들은 상황 파악조차 어려웠다
농인 자녀 모임 '코다', 정부·언론에 '정보접근권 보장' 촉구
각종 매체 생중계 수어·문자통역 제한… "부모에게 급박히 연락"
5·18 두 번째 희생자는 농인 김경철… "수어통역사 대동해 송출해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수어·문자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농인들의 정보접근권이 제한됐다. 정부·언론사에 사회적 소수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적극적인 보완 조치가 요구된다.
지난 6일 농인의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 CODA)들의 모임 '코다코리아'는 성명을 내어 "계엄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수자의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며 "농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코다코리아는 정부와 언론사에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현장 수어통역을 화자와 함께 그대로 송출할 것 ▲장애인과 언어적 소수자를 위해 문자통역을 필수로 송출할 것 ▲재난·참사·계엄 등 긴급 상황 시 전 사회구성원이 신속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점검·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코다코리아는 "12월 3일 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윤석열은 대통령실에서 긴급 발표를 하겠다고 했고,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되었다"며 "이는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인 코다는 급박히 농인 부모에게 연략해야 했다"고 밝혔다.
코다코리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두 번째로 사망한 희생자 김경철 씨를 떠올렸다. 김경철 씨는 농인 제화공이었다. 그는 딸의 백일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공수부대원을 마주쳤다. 다른 비장애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가 장애인증을 내밀자 공수부대는 '꾀를 쓴다'며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연행했다. 코다코리아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 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코다코리아는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둘러싸고 수어·문자통역 등의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고 했다.
코다코리아는 "청인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전히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난과 참사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계엄이라는 무게와 강도 역시 모두에게 같지 않다. 절차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라는 문제와 함께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 그의 가족이 처한 막막하고 참담한 현실을 함께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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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몰랐던 ‘비상계엄 선포’…수어통역·재난문자 없어 혼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KTV 영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장애인들이 관련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어 통역이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은 데다 재난문자도 발송되지 않은 탓이다.
10일 대통령실, 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전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윤 대통령 비상계엄 담화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청각 장애인들은 더 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의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기습적으로 진행된 특별 담화 생중계에선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 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면서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는 급히 농인 부모에게 연락해야 했다.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상황을 농인 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농사회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수어·문자 통역이 왜 제공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비상계엄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영상이 주로 공유되고 있다”며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됐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점도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에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기능을 주로 이용하는데, 재난문자 자체가 오지 않아 정보 격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가 발송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현재 재난문자 발송 기관에서 국방부를 포함하거나, ‘계엄 상황’에 대한 추가 운영 기준을 만드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매뉴얼을 정립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려,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재난문자 발송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는 정부 브리핑 시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문자 통역도 필수로 송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최초로 미국에서 장애학을 공부한 학자로 알려진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수어 통역, 자막 제공이 되지 않아 장애인들은 정보 접근이 어려웠다”면서 “정부 브리핑 시 장애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할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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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장애인 '정보 접근' 이중고
시청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사각지대 '심각'
가족이 알려줘야만 상황 인지···불안감 배가
국가 비상 상황, 다양하고 즉각적으로 알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열악한 정보 접근성 문제로 혼란과 불안에 시달렸다. 정보의 부재는 이들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생존의 위협으로 작용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 당시 방송에서는 수어 통역이나 해설 자막이 제공되지 않았다. 재난 문자도 발송되지 않아 방송과 언론에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과 일부 국민은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재난 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재난 문자 발송은 △자연재난 △대규모 사회재난 △국가비상사태 등에 발송되지만 계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규정에서 언급된 국가비상사태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국한되며 계엄은 행안부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계엄사령부는 재난 문자방송 사용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문자 발송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각·시각장애인들은 주변인의 도움 없이 상황을 알 방법이 없었다.
시각장애인 양모 씨(남·60)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TV를 보지 않고 휴대전화 속보 알림을 꺼둔 상태였던 나는 딸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알았다”며 “장애인은 정보가 없으면 불안감이 몇 배로 커진다. 비장애인은 막다른 골목에서도 길을 찾지만, 시각장애인은 그것이 끝이라고 느낀다. 이 차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임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8일 BBC와 단독 인터뷰에서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자녀로 구성된 코다코리아는 성명서를 통해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됐고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 통역은 제공되지 않았다. 문자 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 농인들은 상황을 알기 어려웠고 자녀들이 급히 연락해 설명해야 했다”며 “남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여전히 설명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과 가족들은 공포와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비상 상황에서 수어 통역과 화면 해설, 자막 제공은 장애인의 기본 권리다. 청와대에 수어 통역사가 상주해 시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재난·재해부터 국가 비상 상황까지 장애인 포함 모든 국민이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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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계엄령도, 촛불집회도…농인에겐 들리지 않는다
계엄담화 수어통역 1곳뿐…"이유도 모른 채 목숨 잃을지도"
촛불집회도 평일엔 수어통역사 없어…"활동 지원 필요"
대국민 담화 시청하는 시민들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2024.12.7 in@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최주성 기자 =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는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그의 육성으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이 방송을 보면서도 무슨 소식이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인들이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긴급담화 당시 뉴스특보를 편성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중 수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KBS뿐이었다.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2사도, KTV 국민방송도 수어 통역이 없었다.
지난 4일부터 매일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농인은 소외됐다.
지난 7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촛불집회를 제외하면 대체로 주 무대에 수어 통역사가 보이지 않았다.
농인 A(59)씨는 연합뉴스에 "이런 국가비상사태에 수어 통역이 없어서 아주 불편했다"며 "전시·사변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위험에 처하고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농인이 오든 오지 않든 촛불집회처럼 큰 행사에도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집회에 대한 사전 정보나 안내를 받은 적 없어서 참석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농인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이길보라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농인인 김경철씨가 말귀를 못 알아듣자 계엄군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저희에게 이 상황은 걱정을 넘어 생명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2.9 ksm7976@yna.co.kr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 '자력구제'에 나선 농인도 있었다.
수어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수훈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비상계엄의 사전적·법적 의미를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려 주변 농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급변 상황에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농인을 대상으로도 활동지원사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인천대 전지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계엄 등 급변 상황에서 정보접근권은 매우 중요하다"며 "농인도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남대 홍성은 교수는 "정부 브리핑 등에 수어 통역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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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생활] [정기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누구의 ‘고집’이 옳을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난 지면 신문 마감 중 다른 기자의 인천농인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의 인터뷰 기사를 찬찬히 읽을 때였다. 농인은, 귀가 들리지 않는 것 외에 다른 신체적 결함은 없으니 운동 경기에서는 별다른 핸디캡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왜, 농인들은 굳이 ‘수어’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것일까. 차라리 ‘독화법(讀話法, oral method: 다른 말로 독순술이라고도 한다)’을 익혀 청인들과 소통하면 안 되는 것일까. 농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숫자적으로 다수인 청인들이 굳이 수어를 배워야 하는 것일까.
늘 하듯이 먼저 내가 읽어서 배울 수 있는, 혹은 알 수 있는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본다. 내가 갖고 있는 궁금증, 수어는 언제부터 썼으며, 왜 쓰는 것일까를 해결해 줄 만한 책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 인터뷰이로 만났던 코다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그는 코다 네트워크의 상근 활동가이기도 하다. 내가 이러저러한 의문에 부딪쳤는데, 이 의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몇 시간 뒤 답이 왔다. 그 첫 문장은 “수어를 고집한다는 말씀, 재미있네요 ㅎㅎ.”였다. 이어서 그는 “그 표현은 한국인에게 왜 한국어를 고집하냐고 묻는 거랑 같은 맥락이라는 거 아시죠?”라고 썼다.
그 순간 아, 그렇지. 어느 희극인처럼 이마를 칠 뻔했다. 너무 뻔한 질문에 너무 당연한 답을 받고, 너무 화들짝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청인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익히듯, 농인들은 ‘수어’를 익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연스럽게, 청인 부모 또는 청각장애이지만 수어를 배우지 못한 부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어’는 농인들에겐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이 우리라는 말도 우습지만, 암튼 내가 청인이니 나를 포함한 청인을 ‘우리’라 하자)가 다수라고 우리의 ‘말’을 그들에게 배우라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말이 있는데, ‘독순술’을 배우라고? 그것 역시 차별적인 시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지인은 독순술은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순술은 아무리 잘할 수 있어도 듣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수지한국어(수어 단어로 표현된 한국어)는 한국어의 문법을 그대로 차용하므로, 결국 ‘콩글리시’와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나는 ‘나’의 입장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었다. 인터뷰이인 인천농아인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이 주장하는 바는 “‘한국어’가 아닌 ‘수어’를 제1언어로 하는 농인 체육과 신체장애 체육을 분리 운영해야”만 현재 행해지는 “농인 외 장애인 체육선수와 농인 체육선수의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수어’라는 다른 언어를 쓰는 농인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처럼, “왜 그들은 ‘수어’만을 고집하지?”가 아니라 “그들에게 수어는 ‘말’이잖아.”라고 당연시하는 것, 우리가 말을 하듯 그들은 수어를 하고, 그러므로 그들과 어울려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가 한 발 더 전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이 연사 소리높여 외치면 좋겠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되새긴다.
*농인(聾人)은 청각장애인과 다르다. 청각장애는 단순히 의학적인 정의일 뿐, 청각장애인이 모두 농인은 아니다. 농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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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각장애 어머니 삶 쫓다 ‘우생보호법’에 충격”…“한국도 일상 속 우생사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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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다와 코다의 만남…“우생보호법 사라졌다? 현재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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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지만 투명한, ‘돌보는 아동'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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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반짝이는 워터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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